구글, 삼성 HBM3E 배제
엔비디아 인증 실패로 위기 직면한 삼성 반도체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칩에 탑재할 HBM3E(High Bandwidth Memory 3E) 메모리 공급업체로 삼성전자(이하 삼성)를 배제하고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대만 매체 DigiTimes가 보도했다. 이는 삼성의 HBM3E가 엔비디아의 까다로운 품질 인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결정, 엔비디아 인증 실패가 뇌관
대만 매체 DigiTimes는 공급망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삼성 HBM3E 채택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자체 설계한 AI 서버 칩인 TPU(Tensor Processing Unit)에 삼성 HBM3E를 탑재하고 TSMC에서 후공정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패키징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삼성 HBM3E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엔비디아의 인증을 획득하지 못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인증이 HBM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공급업체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구글이 AI 가속기 개발 협력사인 미디어텍(MediaTek)에도 HBM3E 공급사를 삼성에서 마이크론으로 변경한다고 통보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론은 이미 구글에 HBM을 공급한 실적이 있어 새로운 공급업체로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삼성 HBM3E는 엔비디아 테스트에서 열 관리와 전력 소비 문제가 지적됐다는 보도가 있었으며, 삼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엔비디아의 공식적인 승인은 받지 못한 상태로, 이 인증 지연이 구글과 같은 대형 고객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 HBM 사업, 엔비디아 공급도 불투명해진 위기
삼성에게 구글과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AI 칩용 비즈니스를 잃는 것은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에 비해 HBM 시장 진입이 늦었던 삼성은 최근 들어 맹렬한 반전을 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타깃인 엔비디아에 대한 HBM3E 공급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 더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때는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H20 AI GPU'에 삼성 HBM3E를 채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H20 자체의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삼성의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기회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H20용 HBM3 메모리의 주요 공급업체로, 점유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H20의 수출이 제한됨에 따라 삼성은 이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잃을 위험에 직면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삼성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구세대 HBM2, HBM2E 등의 시장에서도 중국 메모리 업체(CXMT 등)가 국산 HBM을 개발, 생산하고 있어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고가 제품인 HBM3E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지고, 대량 생산되는 구세대 HBM에서는 중국 업체에 추격당하는 양면의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삼성 경영진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HBM3E의 고전을 인정하고, 차세대 규격인 HBM4 개발에 자원을 집중해 반전을 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번 구글의 결정은 삼성 HBM 사업이 직면한 과제의 심각성을 한층 더 부각시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선전, HBM 시장 경쟁 격화
현재 HBM 시장, 특히 최신 세대 HBM3E에서는 SK하이닉스가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12단 적층 HBM3E 개발에서도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2025년 2분기 전체 HBM3E 시장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그 독보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마이크론도 엔비디아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에 안정적인 공급을 실현하며 HBM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이번 구글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가 자체 개발하는 주문형 AI 칩(ASIC)에도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객층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서버와 가속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성능 HBM 메모리는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메모리 업체에게는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AI 칩 제조업체들은 안정적인 공급과 성능 및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인증을 받지 못한 삼성은 현재 시장에서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삼성의 회복 가능성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파장
삼성으로서는 향후 HBM 사업의 향방을 가늠하는 데 있어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조기에 획득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만약 인증을 획득할 수 있다면, 이는 기술적 장애물을 넘어섰다는 증거이며, 구글을 제외한 잠재 고객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삼성은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내부 역량은 충분하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이 차세대 HBM4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은 장기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접근법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같은 경쟁사들도 당연히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HBM3E의 걸림돌이 차세대 제품 개발 일정과 시장 출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술 개발과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와 리소스 배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구글의 공급업체 변경 움직임은 AI라는 거대한 성장 시장을 뒷받침하는 반도체 공급망이 얼마나 복잡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지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의 공급망 전략 재검토는 다른 AI 관련 기업들에게도 파급되어 HBM 시장의 세력 구도를 더욱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패를 넘어 글로벌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 견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오랫동안 선도해 온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의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엔비디아라는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반도체 시장의 권력 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현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삼성의 위기는 기술력만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도래를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시장 수요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삼성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통해 HBM 사업의 반전을 이끌어낼지, 그리고 그것이 AI 시대 메모리 시장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위기가 오히려 삼성에게 차세대 제품 개발과 품질 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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